달성고등학교(2004-2005)

역사 교과서 유감

사도마루 2005. 3. 29. 19:17
제 목  역사 교과서 유감
작성자  권충현 작성일  2004/10/05 17:43:49 조회수  49


국감에서 권철현 의원이 금성출판사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 문제를 제기했다. 나는 그 이전에 우리 역사교과서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지난 5월 쯤이었다. 3학년의 한국근현대사 담당 교사가 수업중에 쓸 보충학습 자료라며 결재를 들어왔다. 그런데 그 내용이 좀 이상했다. 학습지 내용 중에는 '새마을 운동 - 박정희 독재에 악용됨, 천리마 운동 - 북한의 사회주의 건설에 이바지' 같은 요약 내용이 눈에 띄었다. 이상해서 내용을 채근했더니 교과서 내용 요약이라고 했다. 교과서를 가져오게 하여 내용을 확인하였더니 교과서 내용 진술 자체가 전반적으로 매우 편향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통일정부의 건설을 바라는 국민적 열망과 여러 정치 세력들의 반대 속에 1948년 5월 남한만의 단독 정부를 세우기 위한 총선거가 실시되었다. 국회에서는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여 마침내 1948년 8월 15일 대한 민국 정부가 닻을 올렸다.---그러나 남한만의 정부가 세워진 것은 통일 민족 국가의 수립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뜻하였다."(264쪽)

"남한에서 단독 정부 수립의 움직임이 표면화되자, 북한도 정부 수립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였다.---명분을 쌓아 가던 북한은 남쪽에 정부가 들어서자, 그 다음 달인 9월초 조선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의 수립을 선언하였다. 바야흐로 남과 북에는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는 두개의 정부가 들어선 것이다."(265쪽)

 

남북분단의 책임은 오롯이 우리 대한민국의 정부수립 때문이라는시각이다. 그 이전에 이미 인민위원회를 조직 운영한 북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편향적인 진술은 곳곳에 있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의 새마을 운동과 북한의 천리마 운동에 대한 진술을 보면 집필자의 시각과 집필 의도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새마을 운동은 박정희 정부가 대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장기 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농촌의 생활 환경을 향상시키거나 소득을 높이기 보다는 농촌의 겉모양을 바꾸는 데 치중하기도 하였다."(334쪽)

"천리마란 옛날 전설에 나오는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말을 뜻한다. 천리마 운동이란 천리마를 탄 기세로 사회주의 건설에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자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북한 주민의 노동력을 최대한으로 동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중의 열정을 끌어내기 위해 시행된 천리마 운동은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커다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301쪽)

우리의 역사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목적은 무엇인가? 역사를 가르치는 목적은 우리 자신의 역사적 정체성 확보에 있다. 중국은 왜 동북공정이다 뭐다해서 저 난리를 치며 일본은 왜 이웃나라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과거 역사를 정당화하고 있는가?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긍정적인 국가관, 국가정체성을 확립해주기 위함 아니겠는가.

자신의 뿌리는 부정하면서 자신의 존재 자체를 위협해온 존재는 긍정하는 이런 역사 교육은 아마 이 지구상에 다시없을 것이다. 편향적 시각에 의해 집필된 이런 교과서가 버젓이 검정교과서로 검정되고 학교 현장에서 공식적으로 교육되고 있는 이런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만 하는가. 나는 역사를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어떤 사회가 다음 세대를 교육하는 것은 그 사회가 구축한 가치 체계를 후대에 전승하면서 문화적, 역사적 정체성을 확보하고 유지하며 새로운 문화를 생성해 낼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한 것이라고 볼 때 자신의 뿌리를 부정하는 편향적 시각을 지닌 역사 교과서의 선택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고 본다.

권철현 의원의 문제 제기에 대해 여권에서는 정권적 차원의 문제로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국감에서 한 동료 의원이 제기한 교과서 한 권의 편향적 진술 태도에 대한 지적을 정권 전복을 위한 음해라느니 하는 등의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교육은 국가백년대계의 문제이다. 국가를 생각하는 국회의원이라면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만큼 함께 검토해보고 필요하다면 수정 보완하자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적어도 국사를 걱정하는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