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7일, 아들 내외가 이사를 했다. 결혼 후 처음 집을 얻어 신혼살림을 차렸던 대전 테크노밸리 9단지에서 이웃마을인 전민동 성당 근처의 세종아파트로 옮겼다. 두 아이들이 나가는 직장 회사의 사택인데 운좋게 당첨되었다며 이사를 한다기에 부부가 다녀왔다. 안사돈도 함께 와서 이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포장이사라 별로 거들 것도 없고 힘 든 것도 없는 것 같았지만 이사를 준비하는 며늘아이는 힘들어 보였다.
이사를 마치고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인근 식당가로 갔다. 워낙 더운 날이라 시원한 냉면집을 찾았다. 냉면집 입구에 붙어 있는 그림과 글귀가 아주 해학적이라 크게 웃으며 들어가 저녁을 해결했다. 상호 역시 청석골로 호걸들이 드나들만한 상호였다. 벽화 그림과 글귀는 논어 술이편에 나오는 귀절을 적당히 패러디한 재미난 것이라 사진을 찍어두었다.
갈비 먹고 술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워 한 숨 흐드러지게 잘 수 있다면 호사 중에 호사 아니겠는가. 논어에 나오는 원문을 보자.
子曰, 飯疏食에 飮水하고 曲肱而枕之라도 樂亦在其中矣니 不義而富且貴는 於我에 如浮雲 이니라.
[자왈 반소사에 음수하고 곡굉이침지라도 락역재기중의니 불의이부차귀는 어아에 여부운이니라]
飯 : 먹을 반 , 疎 : 거칠 소, 食: 먹거리 사, 먹을 식
曲 : 굽을 곡, 肱 : 팔뚝 굉, 枕 : 베개 침
( 거친 먹거리를 먹고 물 마시고 팔베개를 하고 누웠어도 그 속에 또한 즐거움이 있으니 의롭지 못한 부귀는 나에게 뜬구름과 같다. )
이 글을 이 청석골에서는 반소사 음수가 아니라 갈비먹고 술마시고 팔을 베고 누었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넉넉하지 않느냐고 적고 있다. 이만하면 넉넉하고 말고다. 이 유쾌한 패러디 벽화 덕분에 온 가족이 시원하게 냉면을 즐기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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