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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의 핵심

사도마루 2011. 8. 3. 17:47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의 핵심



   8월 24일 무상급식 문제에 대한 주민 찬반투표가 서울시에서 이루어진다. 이번 주민 투표는 '소득 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안'과 '소득 구분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는 2011년부터, 중학교는 2012년부터 전면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안'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투표라고 한다. 교육청과 시의 수장이 논쟁을 펼쳐온 현안 문제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을 직접 묻는 이번 투표는 여러 가지 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급식과 관련하여 주민투표가 발의된 상황에서 학교급식문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필자는 32학급, 1,100명의 학생이 있는 고등학교의 현직 교장이다. 2010학년도에 집행된 학교 예산을 보면 교사 및 일반직 공무원들의 인건비를 빼고 나라에서 우리 학교의 교육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내려 준 전체 학교운영기본경비는 2억 9천 5백 56만 3천원이었다. 우리 학교는 모든 학생들에게 점심을 해 먹이는 급식직영학교이다. 영양사는 정규교사이이며 조리사는 학교회계직원이다. 영양교사는 교사이므로 국가에서 봉급이 나오고 조리사들은 학생들이 낸 급식비로 급료를 지급한다. 다른 학교들과 달리 영양사가 교사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급료를 부담하지 않음에도 학생들은 한 끼에 2,700원을 내고 밥을 먹는다. 학교에서는 한 달에 보통 20일 간 급식이 이루어지며 월 평균 5만 4천원의 중식비가 징수된다. 학생이 1,100명이니까 월 중식비는 5천 9백 4십 만원이다. 학교에서는 일년에 9개월 동안 급식이 이루어진다. 우리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먹이는 점심값은 1년에 5억 3천 4백 60만원이다. 학생들의 교육활동에 투입되는 전체 기본교육경비는 3억이 조금 안되지만 점심 한 끼 먹이는 데 드는 돈은 5억 3천만 원이다.

 

   지금 주장되고 있는 급식문제는 의무교육 대상인 초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면무상급식 여부이다.  교육통계 자료를 보면 2010년 우리나라 초등학생수는 약 330만명, 중학생은 약 197만 5천명이다. 의무교육대상인 초중학교 학생 527만 5천명에게 우리학교 수준의 점심을 모두에게 제공하려면 일년에 2조 5,636억 5천만원(2,700원*527만 5천명*20일*9개월)이 필요하다. 

 

   며칠 전에 학생들을 인솔하고 강원도 양양양수발전소를 다녀왔다. 이 발전소는 2006년 9월에 준공된 동양최대 규모의 양수발전소로 1,000메가와트(=100만 킬로와트)의 발전 용량을 지니고 있으며 강원도 전체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북한 제일의 수력발전소인 수풍발전소의 발전 용량이 70만 킬로와트라니 그 보다 더 큰 발전소인 셈이다.  이 발전소 건설에 8,344억원의 건설비가 투입되었다고 한다. 1조에서 1,656억 원이 모자라는 돈이다. 요즘 여야 정치인들은 몇 조원만 하면 무상급식을 할 수 있고 몇 조원만 하면 무상의료를 시행할 수 있고, 몇 조원만 하면 대학 등록금을 반으로 할 수 있다고 너무도 쉽게 말한다. 1조라고 하는 돈은 강원도 전역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양양수발전소를 하나 건설하고도 남는 엄청난 돈이다.

 

   표를 필요로 하는 여야 정치인들은 세금을 더 늘리지 않고 무상시리즈를 시행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세금부담을 더 늘리지 않고 무상급식을 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교과교육활동이나 교육시설의 유지 보수에 필요한 돈을 줄여서 전용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할 경우 교육활동 자체가 부실해지고 교육시설이 낙후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학교의 경우 기본교육활동경비가 3억원이 안되는데 밥을 먹이는데 5억원이 더 들어가야 하니 아끼고 줄여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정부예산 내에서 다른 부분의 예산을 줄여 교육예산을 더 늘리는 방법이다.

 

   무상시리즈를 들고 나오는 정치인들은 대체로 두 번째 방법을 이야기한다. 그들은 흔히 4대강 사업에 들어가는 돈을 줄이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거나 남북관계를 개선하여 국방비를 줄이면 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정치인들은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복지예산의 불가역적, 반복적, 확대지향적 속성을 간과하고 있다. 4대강 사업에 많은 예산이 투입되기는 하지만 반복적으로 계속 투입해야할 예산은 아니다. 국방비를 줄이면 된다는 생각 역시 국가안보를 생각하는 진정한 정치인이라면 할 수 없는 주장이다. 햇볕정책으로 남북관계가 더할 수 없이 좋았던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도 연평해전을 도발하던 호전적 집단인 북한과의 대치상황, 대국병에 걸려 동북공정이다, 독도영유권 주장이다 하며 우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과 일본 등 주변 상황을 감안할 때 국방비는 결단코 함부로 줄여서 될 문제가 아니다.  북한이 천안함을 폭침시키고 연평도에 포탄을 퍼붓는 이런 절박한 국가 안보상황에도 불구하고 2011년 우리 정부예산을 보면 309조 6천억원의 총예산 중 국방예산은 31조 3천억원(10.1%), 교육비는 41조 3천억원(13.3%)으로 교육비가 훨씬 많다. 복지예산 역시 추가적으로 제안되고 있는 복지시리즈가 아니라도 86조 3천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27.9%를 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에게 세금을 더 부담시키지 않고 정부예산의 우선순위를 조정하여 교육예산을 증액하면 무상급식을 할 수 있다고 하는 주장은 허구다.

 

   결국 무상급식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만큼 예산을 증액할 수밖에 없다. 양입제출(量入製出)의 가정경제와 달리 나갈 곳을 보고 세금을 걷는 양출제입(量出製入)의 국가재정 특성상 복지예산이 늘어나면 늘어나는 만큼 결국 납세자들이 세금을 더 내야만 한다.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내는 총 가구 수가 천만 가구라고 할 때 집집마다 10만원씩을 더 부담해야 하는 돈이 1조원이다. 간단히 산술적으로 생각할 때 초중학생들에게 우리 학교 수준의 급식을 제공하는데 필요한 2조 5,636억 5천만원은 1,000만 담세 가구가 집집마다 25만 6천원씩의 세금을 더 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돈이다. 물론 다른 다양한 재원 염출 방안이 강구되겠지만 기본적으로 세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급식만이 아니라 지금 줄줄이 나오고 있는 무상시리즈를 시행하려면 담세자들은 그만큼 세금을 더 부담해야만 한다.

 

    이 나라의 모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활동의 준거가 되는 수도 서울에서 8월 24일이면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가 실시된다. 앞에서 진술한 바와 같은 이유로 서울시민들은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 투표에 참여해야만 한다. 찬성을 하든지 반대를 하든지 간에 무상이냐 유상이냐 하는 것은 밥을 먹이는 데 들어가는 돈을 수익자가 부담하는 게 옳으냐 세금으로 하는 게 옳으냐 하는 판단임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투표에 임해야 한다. 아이들 밥을 먹이자는 당연하고 멋진 일을 왜 반대하느냐며 무상급식 반대자를 몹쓸 사람으로 몰아붙이는 감상적 자세에서 한 걸음 물러나 학생들의 급식비를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하는 것이 맞느냐 국민의 세금으로 하는 것이 맞느냐 하는 것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투표해야 한다. 아울러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은 국민부담을 더 늘리지 않고도 무상시리즈를 시행할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할 것이 아니라 '국민부담이 많이 늘어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꼭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주민들로부터 동의를 끌어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번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의 핵심이다. 

 

출처 : 매일정치아카데미
글쓴이 : 사도마루(권충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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