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움 카페

[스크랩] 일진광풍

사도마루 2008. 11. 23. 08:57

어제 퇴근 무렵 부산에 있는 친구가 생각이 나 전화를 했다.

중학교 1학년 때 내가 51번 그 친구가 52번이라 가까이 앉아 친히 지내던 친구였다.

항상 듬직한 체구에 걸맞게 삶을 당당하게 살아온 친구라 생각만 해도 푸근해지는 친구다.

지난 여름 중학교 총동창회가 있던 날 밤

멀리 덕유산에서 흘러내리는 서하계곡 가 동호정, 거연정 인근 모텔에서

둘이 방을 정해 밤늦도록 이야기 나누며 하룻밤을 보낸 바로 그친구다.



추석도 지나고 했으니 안부도 물을 겸 전화를 했다가 불쑥

"가을인데. 전어나 한 접시 같이할까?"했더니

"오람. 오기만 하면 내 한턱 내마."고 했다.

"그래 가면 마눌하고 같이 간다. 너도 마눌하고 같이 나온나."

그리고는 안사람에게 전화를 하고 집으로 갔다.

"부산으로 드라이부 갔다 옵시다. 전어회도 먹고 친구도 보고 오구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퇴근 시간에 전화를 하여 불각중에 부산 타령이니

마누라가 기가 막혔을 것이다.

한번 입밖에 말을 냈으니 같이 안가면 혼자라도 갔다 올 터

혼자 밤길 멀리 보냈다가 졸음 운전으로 사고라도 나면 안된다 싶었든지 투덜대며 따라나섰다.



6시 반에 집에서 출발하여 대구부산간 신고속도로를 따라 부산에 도착하니 7시 40분이었다.

부산대 근방 우성아파트에서 친구를 만나 광안대교를 타고 광안리 야경을 즐기며

민락동 회타운에 들어가 살아가는 이야기들 나누며 전어회를 싫컷 들었다.

좀더 맛있는 회로 하자는 친구의 말도 접어두고 전어회만 주문했는데

고소한 게 일미였다.

기름값, 톨비만하면 대구에서 먹어도 싫컷 먹을 수 있겠다던 마눌의 주장도 일리 있는 말이지만

친구랑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광안리 야경 즐겨가면서 먹는 그 맛이야 다른 어디서 맛볼 수 있으리오.

열시 반이 넘어 일어나 친구를 집에 데려다 주고 대구집에 오니 1시였다.


출처 : 52년생 용띠들의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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