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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행사 취소

사도마루 2005. 5. 26. 09:33

 

제 목  스승의 날 행사 취소
작성자  권충현 작성일  2005/05/17 12:21:32 조회수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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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 학교는 스승의 날 행사를 했군요.

우리 학교에서는 교사들의 자존심을 뭉개는 작금의 사회적 분위 기 속에서 우리들이 스승이랍시고, 스승의 날이랍시고 잔치판을 벌리고,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 수록 높아만 지네"카는 소리 들어 봐야 기분 상쾌할 일 없다며 아예 스승의 날 행사 자체를 학교 차원에서 없애버렸습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른 데는 우리들에게도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사실 은혜라고 느끼거나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누군가가 나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고 봉사해줄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감정인데 뒤돌아 보건대 옛날처럼 아이들을 위해 내 돈, 내 시간, 내 에너지 들여가면서 아무 댓가도 바라지 않고 헌신적으로, 희생적으로, 봉사하는 교사가 얼마나 될까요? 성직관을 비웃으며, 스승이기를 거부하고 노동자이기를 고집한 교사들, 노동한 만큼 노동의 댓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수업 시간 이외의 시간에 아이들을 한 시간이라도 지도하면 한 시간 지도한 만큼 돈을 요구하고 돈이 주어지지 않으면 쳐다보지도 않는 그런 교사들, 근무 시간 중엔 인터넷 채팅이나 웹서핑하느라고 교재 연구도 않으면서 아이들이 청소를 하고 있는데도 퇴근 시간만 되면 칼퇴근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과연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 수록 높아만 지네"하는 아이들의 노래를 들을 자격이 있을까요?
스승의 날을 전후한 사회적 분위기에 참담함을 느끼기 전에 우리 교원들이 그러한 분위기를 자초했다는 사실을 가슴 시리도록 냉철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요?

학교에서 공식적 행사를 없앴는데도 학급에 따라 시간을 내어 담임과 함께 조촐하게 행사를 진행하는 반도 더러 있더군요.
자발적으로 행해지는 그런 행사야말로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랜 세월 흐른 뒤에야 인정 받는 그런 교사가 그립다고 했지만 담임이 평소 아이들과 하나되는 학반에서 자발적인 그런 모습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너무 멀리 볼 것 없을 것 같아요.
아이들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선생님을 무섭도록 정확하게 평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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