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동부교육장(2013~2014)

2014 사립유치원 신년 교례회 건배사 -3 존 3애 교육과 자녀에게 경어 쓰기

사도마루 2014. 3. 2. 00:22

 

 

 

 

 

  2014년 대구광역시 사립유치원 신년 교례회 건배사

-3존 3애 교육과 자녀에게 경어 쓰기-

 

 

   초등학교 아이가 또 뛰어내렸다. 알려진 바로는 외식을 나가는데 음식메뉴를 가지고 어머니와 의견이 달랐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한 달쯤 전에는 어머니로부터 오락을 많이 한다고 꾸중을 들은 초등학생이 투신을 했다. 올해 들어 아이들이 그것도 초등학교 아이들이 벌써 몇 명이나 이렇게 가벼이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버렸다. 그 며칠 전에는 오락을 많이 하는 오빠에게 오락 좀 그만하라며 투신한 고등학생도 있었다. 참으로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무엇이 우리 아이들로 하여금 이렇게 생명을 가볍게 생각하게 만들었는가? 우리 교육계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참으로 가슴이 답답하다.

 

   2년 전 모 학교로 전근 명을 받고는 그 학교에 대해 알아보고자 인터넷을 검색했다. 학생 자살 관련 글들이 줄줄이 나왔다. 그 몇 달 전에 그 학교 학생이 두 명이나 목숨을 잃었다는 내용들이었다. 부임도 하기 전에 접한 암울한 이 정보 때문에 부임하고는 곧바로 입시지도로 바쁜 일반계 고등학교의 그 빡빡한 학사 일정 속에서도 생명 존중 의식 고취를 위하여 월례회를 정례화하고 매번 되풀이하여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옆에 있는 친구들이 그 자신들에게는 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되새겨 보게 하는 내용의 훈화를 하고 또 했다. 아이들이 좀 더 편안하고 쾌적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복도 곳곳에 소파도 비치하고 카페도 만들었다. 벽면에는 생명의 존엄성을 느끼게 하거나 자신의 존재를 소중하게 느끼게 하는 시들을 걸고 곳곳에 학생들이 그린 그림이나 수업 소산물에 이름을 붙여 게시도 했다. 아이들이 자신의 욕구를 분출할 수 있도록 큼지막한 샌드백도 네 개나 설치하고 미술, 음악, 체육 관련 동아리도 적극 활성화 시켰다. 인근 산을 사제가, 부모자식이 함께 오르는 프로그램도 활성화했다. 학교환경도 교육프로그램도 자기 존중감을 기르고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쪽으로 올인한 셈이다. 다행히 내가 있는 동안에는 학생이 목숨을 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제는 인터불고 호텔에서 2014년도 사립유치원 신년 교례회가 열렸다. 넓은 홀을 가득 메운 유치원 관계자들을 보면서 대구교육계에서 사립유치원 설립자나 원장들이 어떤 위치에 있으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 크기와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마침 내게 주어진 건배사 자리를 빌어 몇 백 명이나 되는 참석자들에게 유치원에서부터 생명 존중 교육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다음과 같은 건배사를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모두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말이 있던데 그것은 유치원 교육이 우리 인간 삶에서 가장 소중한 기초 기본 교육과 인성 함양 실천 교육의 장이라는 말일 것입니다. 요즘 우리를 걱정스럽게 만드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신 유치원 설립자님, 원장님, 선생님 여러분께 우리 모두 생명과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생명존중 교육, 자기 존중 교육을 열심히 해보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함께 자리한 설립자님, 원장님, 선생님 여러분이 모두 함께 한다면 달라질 것입니다. 모두 함께 해 주시겠죠? 그런 의미에서 제가 ‘아이들에게는’ 하면 ‘나 존중, 너 존중, 우리 존중’ 해주시고, ‘학부모님께는’ 하면 ‘자녀에게 경어쓰기’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소 엉뚱한 내 건배사였지만 모두가 호응해 주었다. 조선조 유림에서 오현으로 존숭 받은 일두 정여창, 한훤당 김굉필, 정암 조광조, 회재 이언적, 퇴계 이황 선생 중 우리 대구에 연고가 있는 분이 한훤당 선생이다. 현풍에 있는 도동서원이 바로 한훤당 선생을 모시는 서원이기 때문이다. 한훤당 선생은 수많은 유생들의 존숭을 받는 대학자였음에도 유학자들이 입문서 정도로 생각하는 ‘소학’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평생 소학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스스로를 소학동자라 칭했다고 한다. 그만큼 교육에 있어서 기초 기본을 중시한 학자였던 셈이다. 그의 학풍은 아마 우리 대구인들의 정신 풍토 속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녹아 있을 것이다. 이런 대구에서 기초 기본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유치원에서부터 ‘나 존중, 너 존중 우리 존중의 3존 교육’, ‘나 사랑, 너 사랑, 우리 사랑의 3애 교육’을 활발히 전개하고 부모님들이 자기 자녀에게 경어를 써서 아이들의 자존감을 길러 준다면 우리 대구는 자존감과 자부심이 넘치고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행복한 삶의 공간으로 거듭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