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사진

밀포드사운드 가는 길(2013. 1. 5.)

사도마루 2013. 1. 28. 21:58

2013. 1. 5.

 

밀포드사운드로 가는 버스 여정은 대체로 아침 7시 전후에 퀸스타운을 출발하여 10시 경에 테아나우에서 휴식을 취하고 점심 때 조금 지나 밀포드 사운드에 도착하여 2시간 정도 크루즈를 즐긴 다음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코스다. 우리 일행은 5시에 기상하여 6시에 아침을 먹고 6시 50분 숙소를 출발했다.

 

밀포드사운드는 우리가 묵고 있는 퀸스타운에서 헬기로 이동하면 얼마걸리지 않을 가까운 거리에 있다. 직선으로 60Km 남짓한 거리지만  그 사이에 호수와 높고 험한 산들이 가로막고 있어 직사각형 모양의 짧은 한 면을 바로 가지 못하고 ㄷ자 모양의 길을 둘러서 300Km 가량 이동해야 한다. 

 

 

 

퀸스타운 인근 숙소를 출발한 일행은 쇼토버 협곡과 퀸스타운을 지나 리마크블산(Mt. Remacable)과 와카티푸호 사이의 도로를 타고 달렸다. 가까이 있는 리마크벌산은 험하고 높게만 보였지만 비취빛 와카티푸호 건너편의 산들은  스카이라인이 기기묘묘했다. 반지의 제왕 촬영이 주로 뉴질랜드에서 이루어진 것은 바로 저런 산형 때문이었으리라.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그 기암절벽들이 저멀리 호수 위로 펼쳐져 영화 속을 여행하는 듯 했다. 지금은 뉴질랜드의 한여름인데 무릎이 시리고 산꼭대기에는 여기저기 하얀 눈들이 덮혀 있다.   

 

퀸스타운(Qweenstown)에서 킹스톤(Kingston)까지 가는 백여리 길은 줄곧 와카티푸호(Lake Wakatipu)의 비취빛 호수물과 함께 였다. 와카티푸호 끝에 있는 킹스톤을 지나면서부터 주변 환경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전형적인 뉴질랜드 목초지가 두어 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넓디넓은 목초지와 그곳에서 자유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양떼들이 곳곳에 있었다.

 

뉴질랜드에서 양이나 소를 기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농장의 양이나 소가 몇 마리인지 모른다고 한다. 넓은 곳에 너무도 많은 개체수가 방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축사나 사료로 가축을 기른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게 했다가는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양이나 사슴 등은 주인이 안배해 놓은 초지 구획을 옮겨 다니며 그 속에서 저네들끼리 먹고 자고 새끼낳고 그렇게들 살아간다. 주인들은 칸막이된 초지를 바꿔주거나 털을 깍거나 녹용 등을 채취해가기만 하면 된다. 결국 뉴질랜드의 가축들은 가축이 아니다. 하늘을 지붕으로, 구름을 검불로 살아가는 반 야생 동물들이다.

 

 

 

 

사람은 눈을 닦고 봐도 보이지 않고 간간히 사람 손이 닿았을 두루말이 목초덩이들만 눈에 띄었다. 겨울철 대비용 건초들이다. 

 

 

 

세 시간 가량 주행 후 다시 눈부시게 푸른 옥색 호수를 만났다. 테아나우(Lake Te Anau)다. 테아나우는 마오리어로 '소용돌이치는 물의 동굴'이라고 한다. 주변에 바로 북섬에서 보았던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동굴이 있는데 그 동굴이 이 호수 이름의 근원이 되었다. 테아나우호 주변 가게에서 볼 일들을 보고 잠시 쉬며 커피나 아이스크림을 즐겼다.    

 

 

 

 

 

 

테아나우호반에 주변 트랙킹 코스의 주요 출발점인 테아나우다운스가 있다. 테아나우에서 밀포드사운드까지는 119 Km 우리 식으로 300리 길이다. 테아나우를 출발하고 오래지 않아 또 다른 풍경 속으로 빠져들었다. 눈을 맞은 듯 하얀 꽃으로 가득한 나무들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마누카 나무이다. 뉴질랜드의 마오리 원주민들은 이 마누카 나무를 상처 치료제나 소화제 등으로 만병통치약처럼 애용했었다. 이 나무를 연구한 과학자들에 의하면 천연항생제로 쓰일 수 있는 메탈글리옥산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뉴질랜드 명물로 전세계에 널리 알려진 마누카꿀은 바로 이 하얀 꽃을 원천으로 생산된다.

 

마누카꿀은 메탈글리옥산 함유량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 데, 마누카꿀 병 등에 5, 10, 15, 20 등의 숫자로 표시되며 숫자가 오를 수록 가격이 뛰며, 20 이상은 병원에서 약으로 처방되기까지 한다. 이 마누카나무의 효능 때문에 영국과 호주 등에서 이식을 해갔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제주도의 귤나무를 육지로 이식하면 탱자나무가 되고 마는 것과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고 한다.          

 

 

 

 

한참을 달리자 울창한 밀림 속으로 빠져들었다. 피요르드랜드 국립공원(Fiordland Nation Park)이다. 이 공원은 우리나라의 국립공원과 달리 매표소가 없고 경계선이 없으며 관리를 하지 않는 3무 공원이다. 자연 그대로 놔둔 원시자연림이다. 이 지역은 연간 강수량이 8,000mm나 되는 온대우림으로 수목이 울창하다. 밀림 속을 지나다가 작은 호수를 만났다. 말 그대로 명경지수다. 이 호수가 그 유명한 거울호수(Mirror Lake)다. 호수 물에는 주변의 산영이 거울에 비치듯이 투영되고 있다. 호수 저편에 '미러레이크'란 글씨가 거꾸로 쓰여진 팻말이 있는 데, 물속에 비친 팻말에는 똑바로 새겨진 Mirror Lake란 글씨로 선명히 보인다. 

 

 

 

다시 울창한 수림 터널과 작은 호수, 계곡 옆 절벽 길을 지나 마침내 밀포드 사운드로 들어가는 유일한 관문 호머 터널에 다달았다. 호머터널이 가까워지는 동안 밀림은 사라지고 구름에 산봉이 덮힌 깍아지른 듯한 산들이 주변을 에워쌌다. 차창을 스치는 낯선 풍경에 탄성을 질렀다. 호머터널이 있는 곳은 암반이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암산이다. 암산 곳곳에는 산 위에서 눈 녹아내리는 물로 수백 갈래의 실폭포가 만들어져 장관이다. 이 지역은 연간 강수량이 8,000미리나 되는 다우지역이라 이렇게 맑은 날이 별로 없는데 비가 오는 날이면 천만갈래 폭포가 생겨 더욱 장관이란다.        

 

 

 

 

호머터널(Homer Tunnel)은 밀포드 사운드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다. 빙벽과 바다, 깍아지른 악산으로 둘러싸인 밀포드사운드로 가기 위해 암산을 관통해 만든 길이 1,219미터의 암반 터널이다. 길은 외길이요 벽은 미장도 안한 암벽이며 내부는 조명도 없는 암굴이다. 터널 양끝에는 터널 관제인이 있어 통행질서를 관장하고 있다.    

 

 

밀포드사운드에서 돌아나올 때는 오전 들어갈 때와 달리 맑은 하늘이 드러났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호머터널 앞에서 사진들을 찍었다. 밝은 태양 아래 드러난 터널 주변 경관은 빙하가 녹아내리는 곳의 지질 특성을 보여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