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3.
안사람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34년 오랜 교직 생활의 마감이다. 23살 꽃다운 나이에 입직하여 평생을 봉직해온 교직이었다. 생각이 깊고 입이 무거운 사람이라 말은 없어도 아마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퇴직 기념으로 멀리 해외여행을 한 번 다녀오자며 추운 겨울이니 따뜻한 곳으로 가자고 제안하고 2012년 12월 31일 출발하여 1월 9일에 돌아오는 일정의 호주, 뉴질랜드 여행을 예약했다. 부산발 동경 경유 하나투어 359만 원짜리 상품이 있었지만 오갈 때 동경을 경유하며 4시간씩 기다리는 여정이라 좀 더 비싸지만 인천 출발 직항 여정으로 짜여진 모두투어 399만 원짜리 여행 상품을 택했다. 유류할증료, 현지가이드 및 운전기사 팁을 더 하면1인당 450만원 짜리 여행 상품이다.
우리 부부는 임진년을 보내는 곳도 계사년을 맞이하는 곳도 뉴질랜드가 될 것 같다. 덕분에 나는 환갑년 제야와 진갑년 새해를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북반구 대한민국과는 전혀 다른 남반구 이국땅에서 보내고 맞이한다. 이곳은 한겨울인데 그 곳은 한여름이다. 폭설로 온 세상이 눈으로 덮혀 있는 대구가 아니라 폭염이 작열하는 남국이다.
이번 여행을 위해 여권을 갱신하고 여행가방 바퀴도 수리하고 대형 샘소나이트 가방도 하나 더 구입했다. 공무외 국외여행을 위한 연가도 상신했다.
12월 30일
출국 준비를 완벽하게 하기 위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짐을 꾸렸다. 마치고 나니 2시나 되었다.
12월 31일
새벽 5시에 기상하여 샤워하고 간단히 요기를 한 다음 콜택시를 불러 7시 20분에 집을 나섰다. 그저께 폭설 후 몰려온 한파로 골목길이 얼어붙어 있고 귀가 시린 날씨였다. 딸내미는 면세상품 구입을 위해 밤을 꼬박 새운 모양이다. 여행을 떠나는 우리보다 더 열심이었다.
동대구역 인근 큰고개를 넘을 때 2012년 마지막날 해가 건물 사이로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동대구역에서 8시 18분 KTX를 탔다. 서울역에 도착해서는 곧바로 공항철도를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이동했다. 지하 7층 깊은 땅속에서 출발하는 공항철도는 인천공항까지 4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공항에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바로 인천공항 구내였다. 추운 겨울이지만 서울역에서 공항 안까지 찬바람 맞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멋진 시스템이다. 짐은 서울역에서 목적지인 오클랜드로 바로 탁송할 수 있었지만 겨울옷을 입고 공항까지 이동하기 위해 서울역에서 짐을 부치지 않고 캐리어를 끌고 공항가지 왔다. 11시 30분 공항에 도착했다.
여행사 직원과 의 미팅 시간은 14시다. 시간이 넉넉했다. 미팅 이전에 미리 항공권을 발권하면 좌석 선택 폭이 넓다는 정보를 확보해 둔 터라 곧장 발권부터 했다. 창가 좌석이 나왔다. 발권 후 바로 옷을 갈아입었다. 두터운 옷을 벗고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내의는 가방 속에 넣고 오버는 한진택배 보관소에 맡겼다. 옷은 대한항공 승객의 경우 1인당 오버 하나씩만 맡길 수 있는데 5일간은 무료이고 초과되면 일당 2500원씩 보관료를 내야 한다. 옷을 갈아입은 다음 여행용 캐리어를 목적지 오클랜드로 탁송했다. 짐도 부치고 옷도 맡긴 홀가분한 상태에서 식당을 찾아 점심을 즐겼다.
식사 후 외환은행 공항점에서 뉴질랜드달러와 호주달러를 30만원어치씩 샀다. 호주달러는 달러당 1,153.65원, 뉴질랜드달러는 달러당 917.84원에 환전했다.
14시 미팅 장소에 도착해서 동행할 사람들과 여행사 직원을 만나 필요한 유의사항을 설명 듣고 몇 가지 서류를 건네받았다. 다섯팀 10명으로 구성된 미니 여행단이었다.
미팅 후 보안검색대를 통과하여 출국장으로 진입했다. 공항 면세점에서 딸이 주문해 놓은 물건들을 찾고 안 사람 스카프와 내 목도리 한 장씩을 구입했다. 미팅 후에 짐을 부치고 옷을 맡기고 들어오면 면세점에서 예약해 둔 물건 찾기에도 바쁠 텐데 미리 모두 처리해버렸기 때문에 시간이 넉넉하고 여유로웠다.
뉴질랜드로 가는 비행기는 국적기인 대한항공이다. 멀고먼 뉴질랜드까지 우리말로 요구하고 안내 받으며 마음 편하게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신나는 일이다.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라며 꿈에도 그리던 나라가 바로 이런 나라 아니던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소나무 껍질까지 벗겨 송기떡을 해 먹던 우리가 대에 내 나라 비행기를 타고 편안한 마음으로 전 세계 어디에나 갈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엄청난 발전이요 성공이다.
16:40. 대한항공 KE129편 17:00발 비행기에 탑승했다. 밝고 환한 표정으로 인사하는 우리 스튜어디스의 마중을 받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좌석은 창가였다. 비행기를 타고 천태만상의 구름을 보며 비행하노라면 권두운 탄 손오공이라도 된듯하여 난 창가 좌석을 좋아한다.
출발부터 기분이 좋았다. 나란히 붙은 세 좌석 중 복도쪽 나머지 좌석은 어린아이와 함께 가는 젊은 아버지 자리였다. 그 사람이 스튜어디스와 상의하더니 도움을 받아 뒤쪽 여유 좌석으로 옮겨 갔다. 우리 부부가 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좌석 사이의 팔걸이를 뒤로 젖히자 두 사람의 공간이 아주 여유롭고 편안해졌다. 11시간이나 가야하는 비행을 이렇게 넉넉하게 갈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이번 여행은 출발부터 기분 좋은 일 연속이다.
옆 사람이 빈자리로 옮겨 가긴했지만 큰 비행기 안이 거의 빈자리 없이 수많은 여행객들로 가득 찼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았지만 다른 나라 사람도 많았다. 인천공항이 동북아의 허브공항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17:30분 우리를 태운 비행기는 힘차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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