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섬에서의 첫날밤 - 산장, 캐년, 남십자성(2013. 1. 4.)
2013. 1. 4.
애로우타운 관광 후 퀸즈타운에 있는 한식당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다양한 한식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우리는 어린 양(램) 고기구이로 남섬에서의 첫 저녁 식사를 즐겼다. 태극마크로 금방 교민 식당임을 알 수 있는 이곳에는 우리나라 유명인사들이 메모나 사인을 많이 남겨 두었다. 그 속에서 낯 익은 이름들을 찾아보는 것도 남섬 관광의 한 가지 재미다.
저녁을 먹고는 차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인 코로넷 피크 호텔은 퀸스타운에서 차로 20분 정도 산속 길을 돌아 들어 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숙소로 가는 도중 어떤 다리를 지날 때 앞 좌석에 앉은 나의 눈에 다리 밑이 엄청 깊고 좁은 협곡으로 보였다. 하루 종일 우리 안내로 지친 가이드는 아무 말없이 그냥 지나갔다. 다리를 넘고 마을 하나를 지나자 곧 숙소인 코로넷 피크 호텔에 도착했다. 숲이 우거진 산 밑에 위치하고 있었다. 코로넷 피크 스키장을 이용하거나 코로넷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위한 곳인 듯 젊은 손님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건물 안에는 넓은 볼링장과 오락실이 구비되어 있었다.
북섬에서 출발해 하루 종일 강행군을 한 탓에 호텔에 도착하자 마자 곯아 떨어진 사람들이 많았다. 라운지에서 숙소 배정을 기다리는 동안의 일행들 모습에서 오늘 관광 강도를 알 수 있다. 남십자성을 11시 경에 볼 수 있다는 가이드의 안내 멘트를 듣고는 남십자성을 함께 보자며 각자의숙소로 흩어졌다.
방에 들어가 짐을 내려 놓은 뒤 호기심 많은 나는 호텔 오는 길에 보았던 협곡 장관을 보기 위해 카메라만 챙겨 들고 호텔을 나섰다. 호텔에서 조금 내려 가니 뉴질랜드 시골 마을이 나타났다. 퀸스타운 외곽 마을이지만 시골이라 대지가 넓고 푸른 텃밭이나 꽃밭을 가지고 있어 한결 느긋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마을 입구에 참 낯선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우리 나라 같으면 집집 마다 대문에 붙어 있을 우편함이 마을 입구 도로변에 줄을 지어 늘어 서 있었다. 우편물을 배달하는 사람들은 집집마다 다닐 필요 없이 늘어선 우편함에 바로 넣어주면 될테니 편리할 것 같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좀 불편하리라. 사람은 적고 땅은 넓은 뉴질랜드의 특성이 반영된 진풍경 같다.
마을을 지나 조금 더 내려가자 우리들이 지나왔던 협곡과 다리가 나타났다. 차를 타고 가면서 언뜻 보았던 것보다 더 볼만한 장관이었다. 좁고 깊은 협곡과 그 사이에 놓인 좁은 다리 위에서 강을 내려다 보니 발끝이 간질거렸다. 구글에서 검색하니 Arthurs Point Bridge다. 밑을 흐르고 있는 강은 해발 2천 미터가 넘는 여러 산들에서 흘러내린 빙하수와 계곡물이 합수하여 만들어진 Shotover 강이다. 아래 지도에서 침대 표시가 있는 곳이 숙소인 코로나피크호텔이고 아서스포인트브리지와의 사이에 보이는 마을이 위에서 말한 시골 마을이다. 위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만년설이 쌓인 고산준령 사이를 지나온 물이다.
아서스포인트브리지 위쪽에서 숨가쁘게 흘러 내려오던 강물은 다리 바로 위의 강 폭이 조금 넓어진 곳에서 잠시 숨길을 고르는 데 사람들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제트보트 승강장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제트보트를 타고 저 협곡 사이를 최고 시속 100키로 가까이 달리며 스릴을 즐긴다. 바로 이 다리 밑을 흐르는 쇼토버 강물은 와카티푸호에서 흘러내린 물과 합수하여 카와라우 강이 되고 10여 키로 밑에 있는 Wairau Bridge 밑을 흘러간다. 바로 모험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신종 스포츠 번지점프의 시원이 된 그 Wairau Bridge 아래 물이 바로 이 물이다.
내가 왔을 때는 이미 오후 9시가 넘은 시간이라 제트 보트 액티비티는 끝나 이 협곡을 누비는 제트보트 모습을 보지 못했다. 구글에 바로 이곳을 지나는 제트보트 사진이 있기에 옮겨 본다. 나는 아더스포인트브리지(Arthurs Point Bridge) 위에서만 쇼토버강(Shotover River)을 내려다 보았지만 다리 아래 쪽에서 찍은 사진도 구글에 있다. 이 사진은 아마 봄에 찍은 것 같다. 내가 찍은 아래 사진은 한여름에 찍은 것이지만 가을에 찍은 것처럼 칼러가 시원챦다. 오후 9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라 빛이 적어 그런가 보다. 하기야 ISO 조절을 1,000으로 했다고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러 들어간 늦은 시간이었으니 이 정도로 사진이 나와준 것만도 고마운 일이다.
Arthurs Point Bridge에서 쇼토버 강(Shotover River)을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오니 10시 10분이다. 오가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 10시가 넘었음에도 밖은 아직 희뿌연 밝음이 있다. 불을 켜지 않고도 어느 정도 사물들을 볼 수 있고 하늘도 그렇게 깜깜하지 않다. 이게 아마 백야인가 보다.
방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11시경 안사람과 남십자성을 보기 위해 다시 나왔다. 부산에서 온 두 아기씨들만 제외하고 우리 일행들이 모두 나와서 하늘을 본다. 남태평양 하늘 위를 흐르는 은하수 속에서 남십자성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호텔 직원을 불러내어 남십자성의 정확한 위치를 물었지만 국기에까지 남십자성이 들어 있는 뉴질랜드의 국민임에도 정확하게 가리켜주지는 못했다. 우리 일행들은 모양새와 위치로 보아 그럴 것 같은 별들을 보며 남십자성임에 틀림없다고 이야기하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우리가 본 것이 바로 남십자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