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字塔(피라미드)
2009. 1. 10(토)
7시 반에 콜이 있었다. 준비를 마친 다음 안사람과 함께 식당으로 내려가 이집트에서의 첫 식사를 즐겼다. 실내 보다 바깥 자리가 더 좋아 보여 밖에 자리를 잡았다. 제대로 된 풍성한 식단이었다. 식당에서 서빙하는 사람들에게 오면서 배운 말로 웃으며 인사를 했다. 사바~ 히르헤르(안녕하십니까?). 즉각 밝은 목소리로 응답이 왔다. 사바~ 힌누~르. 이집트 사람들은 피부가 약간 검으면서도 이목구비가 뚜렷한 게 다 미남, 미녀들이다.
9시 30분 카이로 관광을 위하여 호텔을 나섰다. 제일 첫 목적지는 피라미드다. 어려서부터 글로, 그림으로, 영화로 수도 없이 보고 들은 바로 그 피라미드다. 사막지대이고 더우니 선글라스와 모자를 꼭 준비하라는 가이드북의 안내대로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나섰다. 호텔이 인근이라 잠깐 사이에 도착했다. 피라미드에 이르기 직전에 카이로 회담이 열렸던 호텔 옆을 지나갔다. 바로 눈앞에 산처럼 거대한 피라미드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솟아 있었다. 그 유명한 쿠푸왕의 피라미드였다. 이른 시간인데도 세계 곳곳에서 온 다양한 피부색과 외모를 지닌 관광객들이 인류 문화유산의 불가사의로 평가되는 피라미드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거나 사진들을 찍고 있었다. 주변은 사막이었지만 피라미드가 놓여있는 바닥은 단단한 암반이었다.
이집트에는 많은 피라미드들이 현존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은 바로 쿠푸 왕의 피라미드, 카프라 왕의 피라미드, 멘카우라 왕의 피라미드로 이들을 통칭 기자의 3대 피라미드로 부른다. 내가 쿠푸왕의 피라미드에 혹해 있는 동안 가이드는 일행들을 쿠푸왕의 피라미드 동쪽에 있는 자그마한 피라미드로 데리고 갔다. 시간이 지나면 피라미드 안에 들어가기가 어려워지니까 일찍 피라미드 내부를 보고 외부를 구경하자는 의도였다. 쿠푸왕의 여인 헤눗첸왕비(2511~2528BC)의 피라미드라고 했다. 우리 일행은 몸을 바짝 웅크린 자세로 겨우 내려갈 수 있는 협소한 통로를 따라 현실이 있는 곳까지 내려가 피라미드 내부를 참관했다. 부장품은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은 텅 빈 공간이었지만 피라미드의 구조를 알 수 있었다.
살아서는 여왕이라 이리도 거창한 돌무덤을 만들고 많은 부장품을 함께 묻었겠지만 부장품은 물론이요 시신조차 도굴 당해 남겨진 것 하나 없고 뚫린 도굴공으로 들어온 뭇 구경꾼들의 발아래 누워있던 자리조차 유린당하는 모습을 보며 “죽고 나면 이렇게 모든 게 공(空)인 것을...”하는 생각에 탄식이 일었다.
여왕의 피라미드에서 나오니 현지인이 다가와 터번과 지팡이를 주며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그리고는 또 돈을 요구했다. 웃으며 1불을 건넸더니 작다고 난리다. 사자의 배 옆에서 배 박물관을 배경으로 찍었다.
제일 큰 피라미드인 쿠푸왕의 피라미드로 돌아와 사진도 찍고 올라도 봤다. 돌 하나가 키 한 질이나 넘어 되는 큰 돌들로 그 거대한 피라미드를 쌓아올렸다.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원래 높이가 146미터였으나 현재는 정상 부분이 없어져 137미터라고 한다. 정상에 꽂혀 있는 철봉이 원래 높이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각진 돌이 그대로 드러나 있지만 본래는 표면이 외장용 화강암으로 덮혀있었는데 후인이 그걸 뜯어다가 건축자재로 써버렸다고 한다.
쿠푸왕의 피라미드도 본래 외장용 화강암으로 덮여있었다는 것을 추측케해주는 것이 바로 옆에 있는 카프라왕의 피라미드이다. 카프라왕의 피라미드는 3대 피라미드의 중간 피라미드로 높이가 143미터다. 규모는 쿠푸왕의 피라미드보다 약간 작지만 하단과 상단에 화장석이 일부 남아 있어 아름다웠던 옛 모습을 조금이나마 보여주고 있다.
우리 일행은 카프라왕의 피라미드를 지나 피라미드 파노라마 포인트 지역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는 쿠푸왕의 피라미드와 카프라왕의 피라미드 그리고 규모가 좀 더 작은 멘카우라왕의 피라미드까지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멘카우라왕의 피라미드는 높이가 65.5미터로 옆에는 더 자그마한 왕비의 피라미드 3기가 시립하고 있었다. 피라미드는 이미 익숙해져버렸는데 눈앞에 또 하나의 낯선 새로운 풍경이 끝없이 펼쳐졌다. 바로 리비아와 연결되는 거대한 사막이다.
그곳에서 낙타를 탔다. 안내 책자에서는 ‘타는 데만 20$’이라는 말을 듣고 탔더니만 ‘내리는 데 50$’이라는 웃지 못 할 일을 경험했다거나 타기 전에는 1인당 30이집트 파운드라더니 내리니 바쿠시시 포함하여 80이집트 파운드를 달라고 하더라는 글을 읽었었는데 가이드가 1인당 1$ 더 주지 못하게 했다. 낙타트래킹은 여행비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팁만을 이야기했던 모양이다. 우리가 탄 낙타몰이 소년은 붙임성이 있고 사진을 찍어주거나 재롱을 피워 내리면서 1$을 더 주었더니 아주 기분 좋아 했다. 낙타는 독특한 관절 구조 때문에 타고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약간 어려웠지만 곧 즐길 수 있었다. 어린 날 산에 소 먹이러 가면서 소를 타고 가듯이 낙타의 움직임에 몸을 맡기고 옆 사람들의 사진까지 찍어주며 자연스럽게 탔더니 안 사람이 안달을 했다. 위험한 짓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