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3학년 10반 한복 사진
1998년 10월. 한복을 입고 졸업앨범 사진을 찍었다. 대구여고의 자랑, 운동장 잔디 위에서 곱게 한복을 입은 아이들과 찍은 이 사진들은 언제 보아도 좋다. 그 두어달 전 점심 시간에 다른 선생님들과 배드민턴을 치다가 인대를 다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다니던 바로 그때였지만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
우리반 아이들과 지나가시던 정승개 부장님이 함께 포즈를 잡았다.
졸업앨범에 올려진 우리반 사진
강당 앞에서 박민정이와. 민정이는 수학을 참 좋아했기에 포항공대 진학을 권유하고 그 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해 내 차에 태우고 포항공대까지 갔다 왔었지. 하지만 민정이 어머닌 딸 아이에게 쓸데없는 꿈을 갖게 한다고 날 나무랐었지. 꿈을 찾아 헤매던 그때가 참 그립다.
2학년 때 내 반(2학년 13반)이었다가 3학년 때 옆반인 조영배 선생님반(3학년 9반)이 된 이 아이들과도 사진을 찍었다.
공부에만 올인하던 손효정,
난향효정을 만드는데 주도적으로 참여한 안윤미,
부실장으로서 언제나 자신의 자리를 당당히 지켜주었던 강혜진,
자연미인 지영주,
새침떼기 김혜은,
부잣집 큰며느리처럼 푸근한 심성을 지녔던 천지원,
과묵했던 안남주,
언제나 조용히 미소를 띠고 있던 전미라,
눈을 반짝이며 친구들 이야기에 귀기울이던 안선희
2학년 때 하도 정이 든 아이들이라 지금 돌아다 보면 모두 내가 2년 연속 담임을 맡았던 것처럼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깁스한 다리를 뻗고 앉아 아이들 치마로 그것을 가리고 사진을 찍었다.
자율학습시간이 시작되기 전에 함께 반원 누군가가 즐겨부르는 노래를 함께 부르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함께 쓰며 청소년기의 고민을 함게 풀어가고, 그 팍팍한 고등학교 생활 속에서도 학급문집 난향효정을 함께 발간했던 바로 그 아이들이기 때문에 지금도 여러가지 아름다운 기억들이 많이 남아 있는 제자들이다.
1999년엔 문화예술부장이라 담임을 맡지 않았고, 2000년엔 장학사로 나갔기 때문에 담임과는 거리가 멀어져 버렸다. 지나고 보니 장학사나 교감이나 교장은 그냥 장학사요 교감 교장일 뿐 진정한 선생님은 담임일 때 뿐이었다. 교직의 보람은 담임 교사일 때가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