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완전 무상 급식 실시!
선거가 다가 오면서 벼라별 소리들이 다 들린다. 표만 얻으면 나라야 망하든 말든 상관 없다는 식의 주장도 있다. 요즘 단연 화두가 되고 있는 공약 이슈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완전 무상 급식을 하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환영할 만한 주장이다. 이제 껏 왜 이런 멋진 공약을 제시하지 못했을까? 모든 아이들에게 나라에서 무상으로 급식을 하겠다는 데 싫어할 학부모, 싫어할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 표 모이는 소리가 귀에 들린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 바로 이 문제와 씨름하고 있는 학교장으로서는 걱정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과연 우리가 모든 학생들에게 완전 무상 급식을 할 만큼 우리 정부의 재정 건전성이 확보되어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금년도 학교 예산 편성을 보면 인건비를 빼고 나라에서 학교로 보내주는 학교운영 기본 경비 산출 단가는 교당경비 1억 6천 4백 59만 5천원(25학급 이상 학교), 급당 3백 74만 9천원, 학생 1인당 1만원이다.
32학급, 학생 1,100명 규모인 우리 00고등학교를 운영하라고 나라가 보내주는 기본 경비는
교당 경비 1억 6천 4백 59만 5천원,
학급 경비 3,749,000원 * 32학급 = 1억 천 9백 68만원,
학생 경비 1,100명 * 10,000원 = 천 백만원
도합 2억 9천 5백 56만 3천원이다. 3억원이 채 안 된다.
우리 학생들은 학교에서 한 끼에 2,700원을 내고 밥을 먹는다. 그런데 우리 나라 고등학생들은 대부분 저녁에도 학교에 남아 자율학습을 한다. 일부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대로 완전 무상 급식이 이루어지려면 고등학생의 경우 점심과 저녁 두 끼를 모두 제공해야 한다. 우리 학교의 경우 하루 5,400원의 돈이 필요하다. 학교에서는 한 달에 보통 20일 간 수업을 한다. 그러므로 완전 무상 급식을 하려면 점심과 저녁 두 끼 제공에 학생 1인당 월 10만 8천원의 경비가 소요된다.
우리 학교는 학생이 1,100명이니까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완전 무상 급식을 하려면 한 달에 1억 1천 8백 8십만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수업은 보통 1년에 10개월 정도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일년에 필요한 재원은 그 10배인 11억 8천 8백 만원이 소요된다는 이야기다. 완전 무상 급식이 아니라 점심만 그냥 주는 반쪽 짜리 무상급식이라도 우리 학교 한 학교에 밥값만 연 약 6억이 필요하게 되며 말 그대로 완전 무상 급식이 이루어지려면 연 약 12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우리 학교 한 학교에서만 말이다.
나라에서 지금 우리 학교에 주는 교육활동 기본 경비가 3억원에 불과하니 하루 한 끼만 먹여도 그 돈의 2배가 점심 먹이는 데 투입되어야 하며 두 끼를 다 먹이려면 그 4배가 추가로 더 지원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가? 결국 우리들 호주머니에서 세금을 더 짜내거나 다른 일을 포기하거나 빚을 내어 충당해야 한다.
의식주 문제, 교육문제, 의료문제 모두 다 나라가 책임지고 해줄 수만 있다면 그게 최고다. 그렇게 운영되는 시스템이 사회주의, 공산주의 체제다.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국가 사회 시스템은 개개인의 자유를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체제다. 물론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체제가 완벽한 시스템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국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그렇게 하려고 달겨드는 것은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국가 사회 경제 시스템과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교에서의 급식지원은 자본주의 체제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선에서 부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